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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5. 3. 31. 09:44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 (조선일보 11.29)

하영선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北, 폭력 뒤엔 평화공세 연평도 포격 이후에도 평화외교 시도할 듯
北二重외교 대응하려면 北에 先手를 둬야 한다

미 핵항모인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하는 한·미 연합훈련이 서해에서 시작됐다. 북한은 '무자비한 불벼락론'을 연일 외치고 있다. 그리고 '제2의 한국전쟁' 위험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지난 일주일 우리는 전형적으로 '손 따라 두는' 바둑의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묘수(妙手)를 찾아야 할 때다.

연평도 포격의 대응 실패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를 위한 군사적 대책 마련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판 전체의 사활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바둑판에서 김정일·김정은 후계구축체제는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의 공개와 연평도 포격의 두 수를 연거푸 뒀다. 6자회담의 재개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진정성을 요구하자, 허를 찔러 남들이 모두 악수(惡手)라고 생각하는 수를 묘수로 선택했다. 북한의 수를 읽으려면 연평도를 넘어 한반도 바둑의 전체 판을 들여다봐야 한다.

한반도는 1950년 6월 25일에 남·북의 갈등과 미·소의 대결이 결합해서 발발한 세계대전 규모의 열전(熱戰)을 겪었다. 남·북한은 휴전 이후 열전과 냉전 사이에 머무르게 된다. 세계는 1990년대 탈냉전을 맞이하면서 차가운 평화(冷平·냉평)를 거쳐 뜨거운 평화(熱平·열평)의 길을 찾고 있다. 열전·냉전·냉평·열평의 바둑판을 북한은 최대한 넓게 활용해 왔다. 냉전 기간에도 KAL기(1988)·랭군(1983)테러와 1·21사태(1968)와 울진·삼척(1968)의 비정규전을 벌였으며 탈냉전기간에도 핵실험과 함께 연평해전·천안함 격침에 이어 연평포격까지를 감행했다. 동시에 북한은 휴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평화협정체결의 공세를 계속해 왔다.

한국은 북한의 대남정책을 두 면에서 잘못 읽어 왔다. 북한은 수령체제의 생존전략으로 열전이 아닌 냉전 중에도 다양한 폭력 수단을 벼랑 끝까지 아슬아슬하게 동원하는 폭력외교를 활용해 왔다. 불벼락 외교도 연평포격을 넘어선 다양한 폭력 외교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일은 김정은 후계체제에서 핵(核)선군정치를 이어가도록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협조체제에서는 '제2의 한국전쟁' 같은 전면전으로의 확대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폭력외교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폭넓은 억지(抑止)·대응정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한 채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반복해 왔다.

북한은 폭력외교와 함께 평화외교를 이중으로 구사해 왔다. 휴전 직후 북한측 대표인 남일이 북한식 한반도 평화안의 원조(元祖)를 제시한 후, 평화공세는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폭력외교 이후는 항상 평화외교의 껴안기를 시도했다. 연평포격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조만간 껴안기 작전이 시작될 것이다. 한국은 북한식 평화외교에 대한 대응에도 실패해 왔다. 냉전기에는 평화외교의 부재 때문에 남·북한과 국내외의 담론전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다. 탈냉전기에는 북한의 폭력과 평화의 이중 외교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단순 평화론으로 대응함으로써 현실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하지 못했다.

연평포격을 전화위복으로 삼으려면 북한의 폭력과 평화외교에 대해 군사, 외교, 평화통일의 보다 넓은 판에서 동시 복합적으로 선수(先手)를 둘 수 있는 새로운 대북 정책의 구상과 실천이 필요하다. 우선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북한 폭력외교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폭력수단을 효과적으로 억지할 능력의 조기 달성이 급하다. 동시에 대중(對中)외교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연미연중(聯美聯中)'의 복합 그물망짜기 원칙에 따라서 중국을 품기 위한 21세기 '연암프로젝트'(2009년 12월 17일 하영선 칼럼 참조)를 본격화할 때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현재의 그랜드 바게닝 구상을 넘어서는 21세기 한반도 평화통일방안의 선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김정일 체제의 비현실적인 한반도 평화협정안 대신 김정은 후계체제가 21세기 신생존전략을 모색하고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돕는 북한선진화 공진(共進)전략을 한국이 마련해서 국내외의 현실 및 사이버 공간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담론을 주도해야 한다. 이것이 천안함에 이은 제2의 국론분열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posted by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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