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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29 :: 조선일보 칼럼리스트 류근일의 한계
2015 3 2015. 3. 29. 02:30

     하영선의 遠視, 현실의 近視

 

 

 

 서울대학 외교학과의 하영선 교수(국제정치)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좌 우를 ‘중도’로 대처하기보다는 前, 後로 변화 시켜야 한다”고. 얼핏 필자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관심 깊게 읽었다. 다만, 대안 제시가 좀 추상적이었다.

 

 올드 레프트가 완강히 버티며 치열한 공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반대쪽 대응 역시 불가피하게 재래식 대증요법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대한민국과 통일전선을 하기보다는, 김정일과 통일전선을 하겠다는 것이 올드 레프트의 확고한 테제인 이상, 이 재래식 대결구도는 앞으로도 더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람직한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올드 레프트를 과감히 털어 버리고, ‘대한민국에 충실하면서 대한민국에 애정을 가진 합헌적, 합법적 합리적, 민주적, 非혁명적, 개혁(개량)적 온건 좌파가 좌파 진영의 質的 리모델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쪽의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 시장주의자들은 ‘자유’와 ‘시장’이야말로 클린 소사이어티와 빈곤의 완화 또는 감소에 더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입증해 보여야 한다. ‘가진 자’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빈곤층의 살길을 더 실효적으로, 더 많이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 주어야 한다.

 

 좌는 또, 구각을 탈피해 “시장은 빈곤층에도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을 조건부로나마 받아들이고, 법치주의는 광장의 소요보다 더 효율적인 사회 운영 방식임을 알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양측이 동시적으로 구각을 탈피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뉴 레프트, 국민의 존경을 받는 보수로 신장개업하는 것, 그래서 그 진화된 보수, 진보가 국내 갈등 일변도를 벗어나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의 먹고 살기 전략의 경쟁적 보완 役을 하게 만들자는 것이 아마도 하영선 교수의 제언에 대한 부분적 대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김정일의 북한에 대해서는 강력한 전쟁 억지력 확보 외엔, 너무 끌려 다니지 않는 방식이 합리적 진보와 계몽된 보수 사이에 피차 양해되었으면 한다. 김정일의 '막무가내'와 '너죽고 나죽자' 공갈에 대해선 일정한 기다림의 전략 이외에, 딱히 유효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대책이 당분간은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그들 자신이 "매부만 좋고 누이는 좋지 않게 하는" 쪽으로만 나가겠다고 하니까.

 

 이래서, 하영선 교수의 초월적 이상론은 현재로선 그야말로 초월적 이상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지금으로서는 좌에서 자기 혁신을 할 수 있는 부대가, 그것을 하지 않겠다는 부대에 비해 형편없이 작고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좌쪽의 정치적 상상력이 그 만큼 고갈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의 勢는 강하나 그들의 머리는 굳어 있다고나 할까.

 

 우측 정치세력 역시 소승적인 계파갈등이 정치의 전부인양, 진수렁에 빠져 있는 한 그들의 창조적인 자기쇄신은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긴 사연을 가진 한반도의 좌 우 대립을 너무 가볍게 보고 그것을 '중도'라는 한 마디로 가볍게 초월할 수 있다고 본 점에서,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61년사의 처절함의 "왜?"가 그 말 한 마디로 그렇게 간단히 초월될 수 있다고 낙관한 데에 이명박 정부의 두께 없는 밑천이 드러나 보인 셈이다.

 

 어쨌든, 필자는 하영선 교수의 문제 제기에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올드 레프트의 완고한 타성, 그 타성에 대해 즉자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보수의 생존 본능, 그리고 이런 문제를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에 비추어 볼 때, 하영선 교수의 초현실적인 이상론은 아직도 제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류근일 2009/6/29

류근일의 탐미주의클럽(cafe.daum.net/aestheticicmclub)

posted by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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